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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환상곡  

이번 전시에서 작가 김소연에게 가장 시급했던 것은, 해석에 반대했던 불친절한 드로잉이 도달한 어떠한 ‘성장점(growing point)’을 스스로 확인하는 일이었다. 이를테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미술작품을 대하던 방식 중의 하나인 도상학적 분석, 즉 이것은 이런 의미이고 저것은 저런 의미라는 식의 전통적 방법론은 그 동안의 김소연의 작업 전반을, 특히 드로잉을 해석하는데 있어서는 짐짓 구태의연한 그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김소연은 그러한 설명을 단도직입적으로 분명하게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연속적인 <시리즈 페인팅>을 통해서 자신이 희원하는 세계를 작품 속에 넌지시 펼쳐놓고 있는 중이었으며, 최근 작업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일종의 ‘동물’들의 경우, 이전 작업에서부터 간간히 등장하던 불안한 ‘신체(身體)’들과 더불어 모종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주요한 사건으로 기억하게 만들고 있다. 
기독교 신자인 김소연에게 이러한 변형된 ‘동물’들은 진화의 과정이나 창조의 산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데, 그렇다면 이러한 동물들의 ‘탄생’은 오히려 작가 스스로의 우연적 ‘발견’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수 있다. 가령 고대 중국의 지리서(地理書)인『산해경(山海經)』을 보면, 어느 지역에는 어떠한 괴생물이 살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비익조’라는 새는 날개가 한쪽 밖에 없어 날기 위해선 두 마리가 협력해서 날아야 하고, ‘포효’라는 생물은 양의 몸에 사람 얼굴을 하고 호랑이의 이빨을 가졌으며 눈이 겨드랑이에 달려서, 아기 울음소리를 낸 후 사람을 홀려 잡아먹는다는 식으로 쓰여 있다. 흔히 이 책의 번역이 불가능했던 이유가 이렇게 믿을 수 없는 ‘동물’들의 이야기로 가득하여 어떤 책인지 분간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놀라운 것은 그러한 동물들의 모습이 위와 같은 설명과 함께 ‘그림’으로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글 김회철 / 소마 미술관 드로잉 센터 학예사
 


 

      ▶ 드로잉 단상 - 작가 노트

마음의 커튼을 걷으면 여러 정서와 감정이 움직인다. 그것들은 마치 서로 대립하다 때론 서로 다른 모습으로 겹쳐지면서 돌출되기도 또는 사라지기도 한다. 이것은 나의 욕망, 불안, 히스테리, 모호함, 등의 다른 얼굴 들인 것이다. 나는 이런 마음의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빠르게 화면에 담아낸다. 이런 작업의 태도는 매우 드로잉적이다. 무언가 만들어내는 과정 안에서 무의식적인 상상의 공간에서 여행하는 것이다. 작업은 논리적이지도 않다. 합리적인 생각으로는 도대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또 작업 하나 하나의 완성에는 그다지 큰 의미도 없다 되려 나의 작업의 의미는 이미지들의 결합과 상호 관계에 의존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찌 보면 내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일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 드로잉은 인간 탐구를 위한 사유의 한 방식이며 실험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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